앱을 40개 정도 만들면 그중에 뭐 하나라도 터지거나 반응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앞으로 100개든 1000개를 만들더라도 세상은 내 앱을 몰라볼 것만 같은 두려움에 의욕도 떨어졌습니다. 주변 SNS를 살펴보면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도 많이 봤습니다. 대부분 글의 내용이 “개발보다 마케팅이 힘들다”, “알리기가 힘들다”, “마케팅이 진짜 허들이다”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면 내 앱은 정말 괜찮은데 마케팅을 잘 못해서 이 상황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하지만 저는 광고를 태우기 바로 직전에 또 다른 두려움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마케팅을 하면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다운받겠지만, 그대로 앱을 다 삭제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유효한 타겟 유저들에게 콜드메일을 돌리면서 조금씩 활성 유저를 늘려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이때 지금 뭘 측정해보면 좋을지를 알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Carrying Capacity였습니다.Carrying Capacity(캐링 캐패시티)는 원래 생태학에서 유래한 용어로, 특정 환경이 지속 가능하게 감당하거나 수용할 수 있는 ‘한계 수용 능력’을 뜻합니다. 최근에는 비즈니스 및 프로덕트(서비스) 분야에서도 제품의 본질적인 성장 체력을 뜻하는 핵심 지표로 활발히 쓰입니다.그래서 마케팅을 하든, 유효할 것 같은 타겟에게 앱을 전달하든 상관없이, 나의 프로덕트의 한계 수용 능력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돈을 쏟아부어도 다 빠져나가 버린다면 돈을 바닥에 버린 게 될 테니까요. 어느 정도는 Carrying Capacity를 확인해야 막연하게 불안해지지 않습니다.결국 나눗셈 하나였습니다개념은 거창한데 계산은 허무할 정도로 단순합니다.Carrying Capacity = 주기당 신규 유입 사용자 수 ÷ 주기당 이탈률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하루에 신규 사용자가 10명 들어옵니다. 한 달이면 300명이죠. 그리고 한 달 뒤에 남아 있는 사람이 80%, 즉 이탈률이 20%라고 해봅시다.300 ÷ 0.2 = 1,500명이 앱은 1,500명 근처에서 멈춥니다. 오늘 사용자가 400명이든 900명이든, 지금의 유입과 지금의 이탈이 유지되는 한 이 앱은 1,500명 언저리로 수렴합니다. 그 위로도 안 가고, 아래로도 안 갑니다.여기서 잠깐 멈추고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광고를 태워서 신규 유입을 3배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요?CC는 4,500명이 됩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광고를 끄면요? 유입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앱은 다시 1,500명으로 천천히 미끄러집니다. 광고는 CC를 올린 게 아니라, 돈을 넣는 동안만 CC를 빌린 것입니다.반대로 이탈률을 20%에서 10%로 낮추면 CC는 3,000명이 됩니다. 신규를 두 배로 늘린 것과 똑같은 효과인데,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이건 광고를 끄든 말든 남습니다.제가 이 나눗셈 앞에서 좀 서늘했던 이유분자는 돈으로 살 수 있습니다. 분모는 못 삽니다.그런데 저를 포함해서 “마케팅이 어렵다”고 말할 때, 우리는 거의 언제나 분자 이야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알릴 것인가, 어디에 노출할 것인가, 얼마를 쓸 것인가. 나눗셈의 위쪽 절반만 붙들고 몇 달을 보낸 셈입니다.“내 앱은 괜찮은데 마케팅을 못해서 안 되는 것”이라는 진단이 왜 그렇게 매력적이었는지도 그제야 보였습니다. 그 진단은 제품에 무죄를 선고해 주거든요. 제 경험상, 어떤 진단이 나를 편안하게 만든다면 한 번쯤 의심해 볼 만합니다. 게다가 이 진단에는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반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 “마케팅을 못해서”라는 가설은 광고비를 다 쓰고 실패한 뒤에도 “광고를 잘못 집행해서”로 무한히 도망갈 수 있습니다.Carrying Capacity가 좋았던 건 그걸 틀릴 수 있는 형태의 문장으로 바꿔 줬기 때문입니다. “내 앱은 지금 1,500명짜리 그릇이다.” 이건 재보면 맞는지 틀리는지 알 수 있습니다.욕조 이야기시스템 사고 쪽에서 자주 쓰는 비유가 있습니다. 도넬라 메도우즈가 『Thinking in Systems』에서 저량(stock)과 유량(flow)을 설명할 때 드는 욕조 비유입니다. 욕조에 담긴 물의 양은 수도꼭지와 배수구가 함께 정합니다. 수도꼭지를 아무리 세게 틀어도 배수구가 열려 있으면 물은 어느 높이에서 멈춥니다. 그 높이가 Carrying Capacity입니다.피터 센게가 정리한 시스템 원형 중에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라는 게 있는데, 요지는 이겁니다. 성장이 멈췄을 때 사람들은 성장 엔진을 더 세게 돌리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성장을 막고 있는 제약을 찾아 없애는 것이다.광고비는 성장 엔진을 세게 돌리는 쪽입니다. 리텐션은 제약을 없애는 쪽이고요. 저는 지난 몇 년간 앱 개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엔진만 계속 세게 돌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40개는 사실 40번의 같은 시도였지, 40번의 다른 실험은 아니었습니다.그런데 이탈률은 어떻게 재나요여기서 많이들 막힙니다. 저도 막혔고요.정석은 코호트입니다. 신규 사용자를 주 단위(또는 월 단위)로 묶어놓고, 1주 뒤·2주 뒤·4주 뒤에 그 그룹의 몇 %가 아직 앱을 열고 있는지 봅니다. Firebase든 Amplitude든, App Store Connect의 유지율 지표든, 이미 붙여둔 게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그런데 이 지점에서 저는 제가 자주 빠지는 함정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정확하게 재려다가 이번 주에 아무것도 재지 않는 것.이탈률의 정의를 뭘로 할지, 앱 실행만으로 활성으로 볼지, 푸시로 들어온 건 세야 할지... 이런 걸 고민하다 보면 일주일이 그냥 갑니다. 거친 숫자라도 이번 주에 손에 쥐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알고 싶은 건 1,500명인지 1,530명인지가 아니라, 1,500명인지 15,000명인지니까요. 자릿수만 맞아도 다음 행동이 완전히 달라집니다.숫자가 나오면 셋 중 하나입니다1. CC가 지금 사용자 수보다 훨씬 크다. 그릇은 큰데 아직 안 찬 상태입니다. 이 경우엔 마케팅이 정답이 맞습니다. 부으면 담깁니다. 마음 놓고 태우셔도 됩니다.2. CC가 지금 사용자 수와 비슷하다. 평형에 도달했습니다. 여기서 쓰는 광고비는 물이 새는 욕조에 물을 붓는 일입니다. 이때 할 일은 광고 집행이 아니라 배수구를 찾는 겁니다.3. CC를 계산할 수 없다. 가장 흔한 경우입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지금 할 일이 가장 명확한 경우이기도 합니다. 계산할 수 없다는 건, 우리가 지금까지 프로덕트의 상태를 모르는 채로 의사결정을 해왔다는 뜻이니까요. 저는 3번이었습니다.불안이 두려움으로 바뀌는 순간심리학에서 불안(anxiety)과 두려움(fear)을 구분할 때, 두려움에는 대상이 있고 불안에는 대상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대상이 없기 때문에 불안은 다룰 수가 없습니다. 그냥 계속 안개처럼 깔려 있죠. “100개를 만들어도 안 될 것 같다”는 건 전형적인 불안입니다.측정의 진짜 효용은 여기 있었습니다. 측정은 불안을 두려움으로 바꿔 줍니다.“내 앱은 1,500명이 한계다”라는 문장은 처음 보면 절망적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막연한 절망보다 훨씬 낫습니다. 대상이 생겼으니까요. 1,500이라는 숫자는 곧바로 다음 질문을 만들어 냅니다. 이 1,500을 3,000으로 만들려면 이탈률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구나. 그러면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나가고 있지? 첫날인가, 3일째인가, 아니면 특정 화면인가?그리고 이 질문들에는 답을 해볼 수 있습니다.숫자는 어디가 아픈지만 알려줍니다다만 Carrying Capacity가 알려주는 건 ‘어디가’ 아픈지까지입니다. ‘왜’ 아픈지는 절대 알려주지 않습니다.이탈률 20%라는 숫자는 그 20%가 왜 떠났는지 한마디도 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계산 다음에 할 일을 이렇게 정했습니다. 떠난 사용자 5명과 이야기해 보는 것. 정량은 상처의 위치를, 정성은 상처의 이유를 알려줍니다.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대개 엉뚱한 곳을 고치게 됩니다.이 지표의 함정도 적어둡니다솔직하게 한계도 적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CC는 예측이 아니라 거울입니다. “지금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이라는 무거운 가정 위에 서 있는 숫자입니다. 미래를 맞히려고 쓰는 게 아니라 현재를 보려고 쓰는 겁니다.바이럴이 있으면 모델이 달라집니다. 사용자가 사용자를 데려오는 구조라면 유입이 사용자 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단순 나눗셈으로는 안 잡힙니다.앱이 여러 개면 앱마다 따로 재야 합니다. 40개의 평균 CC 같은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40개 중 CC가 가장 높은 하나를 찾는 데 쓰는 게 낫습니다. 어쩌면 이게 제 경우엔 가장 큰 쓸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0개를 다 살릴 게 아니라 어느 하나에 집중할지를 고르는 자.가장 위험한 함정은, 재는 게 목적이 되는 겁니다. 대시보드를 예쁘게 만드는 데 2주를 쓰고 정작 이탈률은 하나도 안 줄이는 상황. 저는 이걸 여러 번 해봤습니다.이번 주에 해볼 만한 것거창하게 안 하고 각각 30분씩 잡고 이렇게 해보려 합니다.앱 하나를 고른다. 클립 키보드가 가장 활발하니 이걸 골랐습니다.월 신규 유입 수와 30일 잔존율을 찾는다. 정확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릿수만 맞으면 됩니다.나눠본다. 그리고 그 숫자를 현재 사용자 수 옆에 나란히 적어둔다.떠난 사용자 5명에게 말을 건다. 여기까지 하면, 적어도 “지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상태에서는 벗어납니다.마지막으로 하나만 여쭤보고 싶습니다지금 여러분의 프로덕트는 몇 명을 담을 수 있나요?이 질문에 숫자로 답할 수 없다면, 아마 광고비를 쓰기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 있는 겁니다. 저처럼 40개를 만들고 나서 이 나눗셈을 하지 마시고, 지금 만들고 계신 그 앱에서 먼저 해보시면 좋겠습니다.10분이면 됩니다. 저는 그 10분이 지난 2년보다 많은 걸 알려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