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건 리터당 가격입니다. 저도 그 숫자를 기준으로 비교하다가,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조금 더 싼 곳까지 가는 데 쓰는 기름값을 더하면, 그래도 그곳이 쌀까?
가격 차이가 크면 고민이 덜하겠지만, 몇 원 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얼마나 멀리 가는지, 차의 연비가 어떤지, 이번에 얼마나 넣을 건지에 따라 답이 바뀔 수 있으니까요.
실주유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 사이드 프로젝트입니다. 근처 주유소를 리터당 가격뿐 아니라, 이동에 드는 연료비와 주유비를 합친 금액으로 비교하는 모바일 웹앱입니다.
계산의 기본은 단순합니다.
비교 비용 = 주유할 금액 + 그 주유소까지 이동하는 데 드는 연료비
주유할 금액은 주유량에 해당 주유소의 리터당 가격을 곱합니다. 이동 연료비는 거리와 차량 연비로 필요한 연료량을 구하고, 해당 주유소의 가격을 적용해 추정합니다. 현재는 편도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아래 숫자는 실제 주유소 정보가 아니라 계산을 설명하기 위한 가상 예시입니다.
연비가 10km/L인 차에 20L를 넣는다고 해보겠습니다.
A 주유소: 1km 거리, 리터당 1,700원 → 주유비 34,000원 + 이동 연료비 170원 = 34,170원
B 주유소: 4km 거리, 리터당 1,690원 → 주유비 33,800원 + 이동 연료비 676원 = 34,476원
리터당 가격은 B가 10원 저렴하지만, 이 조건에서는 A의 합계가 더 낮습니다. 반대로 더 많은 양을 넣으면 리터당 가격 차이가 커져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주유에서는 유종과 연비뿐 아니라 주유량도 함께 입력하도록 했습니다. 같은 위치에서도 차와 주유량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비교에 담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 금액이 실제 결제액과 이동 비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통 상황이나 실제 주행 연비에 따라 달라지고, 시간·통행료·카드 할인까지 모두 합친 비용도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총비용’은 주유비와 편도 이동 연료비를 합친 비교용 추정치입니다.
첫 버전에서는 브라우저의 위치 API로 GPS 위치를 받아 주유소를 찾도록 했습니다. 지금 있는 곳에서 가까운 주유소를 고르는 서비스라면, 현재 위치를 바로 가져오는 흐름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기준 위치를 현재 위치로만 고정하면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 좁아집니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회사 근처 주유소를 비교하고 싶을 수도 있고, 다른 동네에 들를 예정이라 그 주변을 먼저 보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아니라 ‘내가 비교하고 싶은 곳’입니다.
그래서 주소 검색 API를 연결해 현재 위치가 아닌 장소도 검색할 수 있도록 추가했습니다.
GPS는 바로 주변을 찾을 때 쓰고, 다른 곳을 기준으로 보고 싶을 때는 주소를 검색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의 주소 검색은 비교할 기준 위치를 바꾸는 기능입니다. 이동 경로 전체에서 최적의 주유소를 찾아주는 기능과는 범위가 다릅니다.
이 변경을 하면서 서비스 이름이나 계산식보다, 사용자가 검색을 시작하는 순간을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위치를 가져온다’는 개발 단계의 설명 안에도, 사용자가 원하는 위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선택이 숨어 있었습니다.
주유소 가격은 오피넷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져옵니다. 사용자가 유종·연비·주유량을 설정하면 주변 주유소의 비교 비용을 계산해 순서대로 보여줍니다.
이동 연료비와 주유비도 나눠 보여줍니다. 리터당 가격이 더 높은 주유소가 위에 있을 때,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설정은 로그인 없이 브라우저에 저장하고, 주유소를 고른 뒤에는 카카오·네이버·구글 지도 길찾기로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주유소를 비교한 다음 실제로 출발하는 흐름까지 연결한 셈입니다.
실주유를 소개할 때 결국 다시 돌아오는 질문은 처음과 같습니다.
“저기가 조금 더 싼데, 거기까지 가는 비용을 더해도 그럴까?”
이 질문을 계산으로 옮기고 나니 연비와 주유량이 필요해졌고, 실제로 쓸 상황을 생각하니 현재 위치 외에 주소 검색도 필요해졌습니다. 간단한 아이디어도 사용 장면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챙길 것이 생기더라고요.
아직 모든 주유 상황을 해결하는 서비스는 아닙니다. 그래도 주유소를 고를 때 한 번쯤 머릿속으로 해봤을 계산을, 조금 더 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됐으면 합니다.
직접 써보신다면 어떤 위치를 기준으로 검색하셨는지, 고르는 데 부족했던 정보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다음 개선의 재료로 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