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에서 거의 10년간 일하다 Play Store, 오래전에는 Android Market이라 부르던 그 유사 쇼핑몰 쪽으로 자리를 옮겨 2년간 좋은 사람들과 재미난 경험들을 했다. 검색에서는 아무 이유 없이 '사용자'라고 하면 일단 미국 3억, 한국은 ???에서 시작했던 것과 다르게, 여기서는 일본과 한국이 매우 대접받고 있었다. 당시 플레이스토어는 미국과 견줄 만큼의 매출을 한국과 일본에서 인앱 결제(in-app purchase)의 형태로 거두고 있었고, 하나로 만들어진 글로벌 제품을 각각의 나라에 맞게 현지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여러 과제를 진행했다.
애초에 검색과 스토어는 근본부터 달랐던 게, 검색이 일정 과거에 긁어 둔 페이지들의 snapshot을 그러모아 사용자에게 건네주는 일이라 줄곧 사용자 쪽만 바라보면 됐다면, 스토어에서는 그 검색마저 하나의 기능일 뿐이고 marketplace를 직접 굴리며 개발사와 스토어가 힘을 합쳐 사용자에게 제품을 소개하는 publisher 노릇까지 겸하는 일이라, 사용자 못지않게 공급자, 그러니까 앱을 만들어 올리는 개발사와의 관계를 훨씬 더 무겁게 여겨야 했다. 그러다 보면 큰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들과는 자연히 가까운 사이가 되기 마련인데, 그러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시장의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늘 가지고 있던 숙제였다.
그 무렵 일본에서는 몬스터 스트라이크(Monster Strike)와 퍼즐앤드래곤(Puzzle & Dragons) 같은 게임이 매출 상위를 다투며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는데, 당시 팀의 목표는 일본에는 페이트 그랜드 오더(Fate/Grand Order)를, 한국에는 리니지2 레볼루션(Lineage 2 Revolution)에 이어 리니지M(Lineage M)을 잘 안착시키는 것이었다. 대작 게임들이 묵직한 impact를 내며 자리 잡도록 한국과 일본 현지 팀들을 돕고 또 다른 마켓플레이스의 도전을 막아 내는 일이 몫이었는데, 이 게임들은 광고로 파는 제품은 아니었어도 설치 후 인앱 결제 수수료 매출의 무게를 무시할 수 없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매출이 큰 일본과 한국에만 치우치지 않으면서 전 세계를 고루 아우르도록 균형을 잡는 일들이 내내 만만치 않았다.
플레이스토어는 검색과 달리 play.google.com이라는 단 하나의 주소를 쓰면서도 그 안의 거의 모든 것이 나라에 묶여 있었다. 디바이스를 통한 나라 체크도 먼저 되었고, 여기에 앱의 출시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었다. 같은 앱이라도 나라마다 description과 screenshot을 따로 올릴 수 있었고, 심지어 아이콘과 제목까지 갈아 끼우곤 했다. 특히 게임에서는 단순한 번역을 넘어 문화의 코드까지 바꾸기도 하는데, 같은 게임이 한국과 일본 스토어에서는 미소녀 마법사가 주인공이었다가 미국과 유럽으로 가면 건강한 남성 전사들이 인기가 많곤 했다. 현지의 모델과 함께하는 캠페인은 더욱 그러했고, 이 아이콘 하나하나가 검색 결과의 순위처럼 직접 등수를 가르지는 않아도 앱을 대신 광고하는 얼굴로서 꽤 중요하게 작용하곤 했다. 요즘에는 몇 주년, 무슨 특집 등도 종종 보인다.
게임 세상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잘해 오던 일들이겠지만, 규모가 큰 게임이면 나라마다 운영 팀이 따로 붙어 저마다의 캠페인과 이벤트를 돌렸기에, 겉으로는 하나의 앱이지만 그 안에서는 나라마다 사실상 다른 게임이 돌아가는 셈이었는데, 개발사가 클릭 몇 번으로 백 개가 넘는 나라에 한꺼번에 앱을 출시할 수 있도록, 그리고 운영할 수 있도록, 그래서 개발사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하는 게 플레이스토어가 하는 일이었다.
예전에는 나라별로 아예 다른 package를 따로 두어 앱이 사실상 여러 개로 갈라져 있던 경우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그것들이 하나의 package id 아래로 모여 내부에서 지역을 다루는 쪽으로 정리되어 갔으니, 이는 google.co.kr과 google.com이 끝내 하나로 합쳐지던 그 도메인의 역사와 똑같은 궤적을 밟은 셈이었다.
나라마다 다른 모습을 올리는 일에는 손수 정성껏 현지화한 것과 자동 번역을 그냥 켜 둔 것이 뒤섞여 있어서, 그 둘 사이에 어디까지 무게를 더 실어 줄지가 늘 고민이었다. 정작 번역의 품질을 기계가 곧바로 가려내기는 어려웠던 터라, 개발자가 페이지를 손수 마련해 두었는지 아니면 auto-translate를 기계적으로 켜 두었는지 그 정성의 흔적 자체를 하나의 신호로 삼아 다른 대접을 하곤 했다. 사실 이게 사용자의 시각에서 보면 확 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공들인 번역) 한글 > 영어 > 자동번역 > 중국어 정도의 순서였다.
여기에 리뷰와 별점은 또 다른 이야기여서, 앱은 나라에 묶여 출시되어도 나라별로 나눠지는 별점 시그널을 쓸 건지, 글로벌 총합을 쓸 건지 등은 사연이 복잡해지는데, 이는 다른 토막글에서 풀어 보려 한다.
검색에서 도메인으로 나라를 가르던 일들과 비슷하게, 플레이스토어에서는 package와 country가 엄격하게 적용된 셈이었고, 나라로 묶었다 싶으면 그 안에서 언어가 또 따로 꼬여 들어왔었다. 다행히 우리가 맡고 있던 한국과 일본은 90% 이상의 단일 언어 국가여서 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글로벌 제품에서는 훨씬 복잡하게 구현해야 했다. 그러고 보면 같은 앱 하나도 나라와 언어가 끝내 하나로 포개지지는 않았던 셈이다.
이 글은 '나라와 언어 사이'라는 연작의 한 편입니다. 원문과 나머지 편은 브런치에 있습니다 → https://brunch.co.kr/@chaesang/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