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마지막 줄은 "지금은 1주일 정도 실제로 써보면서 가치를 검증하는 단계다"였다. 그 1주일 중 어느새 4일이 지났다. 아직 3일이 남아 있으니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지만, 지금쯤 한 번은 멈춰서 실제로 어떻게 쓰고 있는지 돌아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글의 핵심 문장은 이거였다.
기억은 저장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다시 건드려야 한다.
이건 그때는 설계 원칙이었다. 지금은 4일 동안 반복해서 체감한 경험으로 조금씩 검증되고 있는 가설이다. 그 경험을 순서대로 적어본다.
원래 나는 전날 늦게까지 작업하면 다음날 아침엔 뭘 했는지 거의 기억을 못 하는 편이다. 매일 08:00, Discord로 AI-Morning-Brief와 TouchMemory 알림이 같이 온다. 그걸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한 지 4일째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7월 6일부터 오늘까지 나흘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08:00에 알림이 왔더라 — 작은 안도감이었다.
패턴은 대체로 이랬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작업하다가, 커밋하고 푸시하는 순간 TouchMemory에도 완료 처리를 남기고 잠든다. 다음날 아침엔 전날 어디까지 끝냈는지 기억이 흐릿한 채로 눈을 뜨는데, 08:00 알림을 보면 밤의 내가 남겨둔 완료 상태가 그대로 떠 있었다. 몇 번은 "어? 이거 어제 끝냈었네" 하고 놀라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Claude나 ChatGPT 대화 기록을 다시 뒤지거나, 직접 "이거 어디까지 했지" 물어봐야 했던 걸 그냥 화면으로 확인하고 넘어갔다. 이미 닫힌 이슈를 다시 찾아가 확인하던 습관도 줄었다.
돌아보면 이건 밤의 나와 아침의 나 사이에서 작업 상태를 인계해주는 역할에 가까웠다. 커밋하거나 푸시할 때, 그러니까 작업을 끝내는 타이밍에 기억을 저장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붙었고, 그 덕분에 다음날 아침엔 전날 어디까지 왔는지가 빠르게 복구됐다.
TouchMemory는 해야 할 일을 알려준 게 아니라, 내가 어디까지 와 있었는지를 되돌려줬다.
이미 끝낸 일을 다시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어제 뭘 했는지, 이 이슈를 닫았는지 안 닫았는지, 이 작업을 어디까지 했는지를 다시 확인하러 Claude나 ChatGPT 기록을 뒤지고 여기저기 뒤지던 시간이 줄었다.
TouchMemory가 줄여준 것은 망각 자체보다, 이미 끝낸 일을 다시 확인하고 흐름을 복구하는 시간이었다. 완전히 잊어버리는 극적인 상황이 매일 있었던 건 아니다. 대신 "이거 확인했던가?"를 다시 확인하러 가는 작은 시간들이 반복적으로 줄었다. 내가 아끼고 있던 건 기억 자체보다, 매번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었다.
설계할 때 예상한 채널 구분이 있었다. 맥북 앞에 있을 땐 Claude Code로 자연어 조회, 산책이나 흡연처럼 맥북 밖에 있을 땐 Discord 명령어로 등록. 4일을 써보니 이 예상이 거의 그대로 맞았다.
아침: Discord에서 핵심 요약 확인
맥북 앞: Claude Code로 자연어 조회·완료 처리
외부 이동 중: 휴대폰 Discord로 등록·조회
극적인 반전은 없었다. 오히려 그게 제일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TouchMemory를 쓰기 위해 새로운 습관이나 별도 앱 중심의 생활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맥북 앞에서든 산책 중이든, 결국 같은 기억 흐름에 상황에 맞는 다른 창으로 접근했을 뿐이었다. 내가 시스템을 쓰기 위해 생활을 바꾼 게 아니라, 이미 살아가던 방식 안으로 시스템이 들어온 셈이었다.
예전엔 아침에 딱히 할 일이 안 떠오르면 침대에서 오래 뒹굴다가, Claude Code한테 "오늘 뭐하지" 묻거나 여러 기록을 뒤지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지금은 눈뜨면 AI-Morning-Brief와 TouchMemory 알림부터 확인하고, 거기서 할 일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카페에서 뭘 할지도 이어진다. 최근 4일은 침대에서 뒹구는 시간이 길어도 하루 약 10분 정도였다. 남은 3일 동안 이 패턴이 유지되는지는 계속 지켜보는 중이다.
돌아보면 이건 단순한 아침 습관 변화가 아니었다. 어제 하루가 오늘 아침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 어제의 흐름이 오늘의 행동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삶이 극적으로 바뀐 건 아니었다. 다만 어제 끝낸 일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 줄었고,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 찾는 시간이 줄었고, 그 사이 끊겼던 생각 하나가 다시 이어졌다.
4일 중 가장 강하게 남은 장면은 요즘 IT상상공방의 향후 핵심 개념이 될 가능성이 있는 "카르테"를 설계하던 순간이었다.
전날 밤 ChatGPT와 카르테 설계를 꽤 깊게 진행했다. 단순한 아이디어 메모 수준이 아니라, 상상공방의 운영 체계와 앞으로 쌓일 프로젝트 경험을 연결할 수도 있는 핵심 개념 설계였다. 그 대화 끝에 "이건 하루 만에 끝날 만큼 쉬운 설계가 아니다"라는 결론까지 낸, 나름 무게가 있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그 결론을 냈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남아 있을 뿐 정작 무슨 설계를 했는지, 어떤 흐름으로 그 결론에 도달했는지는 아무리 떠올려도 거의 생각나지 않았다. 전날 밤의 그 작업 자체가 의식에서 통째로 흐려질 뻔한 상태였다.
그때 08:00 TouchMemory 알림에 "카르테 설계 재개"라는 한 줄이 떠 있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전날 밤 그 작업이 존재했다는 것부터 어떤 맥락으로 흘러갔는지까지 한꺼번에 다시 연결됐다. 세부 내용 몇 개를 떠올린 정도가 아니라, 끊어질 뻔했던 작업의 흐름 자체가 그 한 줄로 다시 이어진 느낌이었다. 그때 되찾은 건 설계 내용 몇 줄이 아니라, 어제의 내가 이어가던 사고의 방향이었다.
TouchMemory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실컷 고민해서 "쉽게 안 끝난다"는 결론까지 낸, 어쩌면 상상공방 전체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을 설계였는데, 다음날 그 흐름 자체를 놓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을 가능성이 꽤 있었다. TouchMemory가 있어서 편했다는 감상보다는, 중요한 사고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는 쪽에 더 가까운 경험이었다.
사용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도 하나 알게 됐다. 나는 할 일이 없는 것보다,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볼 수 없을 때 더 쉽게 멈추는 사람이었다. 08:00 알림 이후에도 점심쯤 한 번 더 "오늘 뭘 끝냈는지" 확인하고 싶어졌던 것도 그래서였다. 무엇을 끝냈는지 다시 확인하는 일은 단순한 보고가 아니라, 다음 행동을 시작하는 동력이 됐다. 더 많은 알림이 필요했던 게 아니다. 내가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가 필요했다.
남은 3일 동안 보려는 건 간단하다 — 아침에 기억을 다시 접했을 때 하루 방향을 빠르게 잡는지, 전날 작업 맥락이 잘 복원되는지, 불필요한 재탐색 시간이 계속 줄어드는지, 그리고 이 패턴이 7일 내내 유지되는지.
솔직히 말하면 지금 시점에서 마음은 이미 "계속 쓴다" 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다. 다만 이걸 4일치 인상만으로 확정하고 싶지는 않다. 단순히 개인용 기억 시스템을 넘어, 앞으로 IT상상공방 전체 관제 흐름과 연결할 가능성도 생각하고는 있는데, 이건 아직 가능성 수준이지 결정된 건 아니다.
처음에는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도구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4일을 써보니, 내가 만든 것은 그보다 끊긴 흐름을 다시 잇는 도구에 더 가까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카르테 설계 경험에서 그 의미를 가장 크게 느꼈다. 어제 이어가던 사고를 오늘 다시 붙잡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큰 사례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이미 끝낸 일을 다시 조사하지 않아도 되는 작은 시간 절약도 4일 내내 반복됐다.
결국 기억을 한 번 더 건드리는 일은,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나에게 다시 연결하는 일이었다.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남은 3일 동안 확인하고 싶은 건, 이 작은 연결이 계속해서 내 하루를 다음 하루로 이어주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