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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만들어지면 문제가 사라져야 합니다

l리이오· 8일 전· 프로젝트 소개
목차
  • 도구가 생겼는데 문제가 남아 있다면
  • 식단관리 앱은 문제를 없애지 못했습니다
  • 그래도 하위 문제는 사라졌습니다
  • 클립키보드는 문제를 사라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새 문제를 남겼습니다
  • 저는 문제를 이렇게 다룹니다
  •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목차

  • 도구가 생겼는데 문제가 남아 있다면
  • 식단관리 앱은 문제를 없애지 못했습니다
  • 그래도 하위 문제는 사라졌습니다
  • 클립키보드는 문제를 사라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새 문제를 남겼습니다
  • 저는 문제를 이렇게 다룹니다
  •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도구가 생겼는데 문제가 남아 있다면

도구를 만들었다면 그 도구가 겨냥한 문제는 사라져야 합니다. 앱을 20개 넘게 만들면서 제가 세운 기준입니다.

그런데 이 기준을 제 앱들에 대어 보면 통과하는 앱과 통과하지 못하는 앱이 갈립니다. 갈리는 이유를 따라가 보니, 도구의 완성도보다 문제를 어떤 크기로 정의했는지가 더 큰 변수였습니다. 이 글은 통과하지 못한 식단관리 앱과 통과한 클립키보드,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제가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기록입니다.

식단관리 앱은 문제를 없애지 못했습니다

식단관리 앱으로 풀고 싶었던 문제는 "건강하게 먹고 체중을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앱이 완성된 뒤에도 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기록은 쌓였지만, 기록이 쌓인다고 식습관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원인은 문제와 도구 사이의 거리입니다. 감량까지 가는 길은 기록 → 인식 → 행동 변화 → 감량으로 이어지는데, 앱이 직접 닿는 칸은 첫 번째 하나뿐입니다. 나머지 화살표에는 스트레스, 수면, 오래된 습관, 가족의 저녁 식탁 같은 변수가 끼어 있고, 앱은 그 어느 것도 건드리지 못합니다.

더 불편한 사실도 있습니다. 기록이 습관이 되면 "그래도 기록은 하고 있잖아"라는 안도감이 생깁니다. 도구를 쓰는 행위가 성취감을 주면서, 정작 바뀌어야 할 행동에 대한 긴장은 풀립니다. 앱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제가 앱에 맡긴 문제가 앱보다 컸던 것입니다.

그래도 하위 문제는 사라졌습니다

같은 앱을 한 단계 아래의 문제로 평가하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감량이라는 큰 문제 아래에는 더 작은 문제들이 있고, 그중 몇 개는 앱이 생긴 날 실제로 사라졌습니다.

하위 문제

앱이 한 일

결과

기록이 귀찮아서 사흘 만에 끊긴다

입력 마찰을 줄였다

사라짐

흩어진 식사를 한눈에 볼 수 없다

날짜별로 정리해 보여준다

사라짐

지난 기록을 다시 찾을 수 없다

데이터를 보존한다

사라짐

기록을 보고도 다르게 먹지 않는다

닿지 못함

남아 있음

큰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과 도구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제 실수는 약속의 단위에 있었습니다. "살을 빼 드립니다"는 도구가 지킬 수 없는 약속이고, "기록이 끊기지 않게 해 드립니다"는 지킬 수 있는 약속입니다. 앱은 거울을 선명하게 만들었고, 거울 앞에서 무엇을 고칠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클립키보드는 문제를 사라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새 문제를 남겼습니다

클립키보드가 겨냥한 문제는 작고 구체적입니다. 이메일 주소, 계좌 안내, 자주 쓰는 인사말을 매번 다시 타이핑하거나 메모 앱으로 넘어가 복사해 오는 일입니다. 키보드 위에 저장된 문구가 버튼으로 떠 있으니 탭 한 번이면 끝납니다.

이 문제는 앱을 설치한 날 실제로 사라집니다. 문제와 도구 사이에 화살표가 하나뿐이기 때문입니다. 식단관리 앱처럼 사용자의 의지가 중간에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문장이 입력되고, 그걸로 문제는 끝납니다.

다만 사라진 자리에서 새 문제가 생겼습니다.

  • 앱 전환이 0회가 됐다고 말했지만, 그 비용은 지구본 버튼으로 키보드를 바꾸는 동작으로 옮겨 갔을 수 있습니다.

  • 저장한 문구가 늘어날수록 원하는 버튼을 찾는 시간도 함께 늘어납니다.

  • 문제를 풀었다고 해서 그 문제를 가진 사람이 도구를 찾아오지는 않습니다. 주간 다운로드는 10건 수준이었고, 유료 기능을 한시적으로 무료로 연 프로모션 기간에야 3,500건이 나왔습니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중요합니다. 문제를 없애는 도구를 만드는 일과, 그 문제를 가진 사람에게 도구가 닿게 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도구는 문제를 없애면서 동시에 자기만의 문제를 만듭니다.

클립 키보드 써보기: https://apps.apple.com/kr/app/%ED%81%B4%EB%A6%BD%ED%82%A4%EB%B3%B4%EB%93%9C/id1543660502

저는 문제를 이렇게 다룹니다

두 앱을 나란히 놓고 보니 제가 문제를 다루는 순서가 보였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한 것은 아니고, 대부분 비싼 수업료를 내고 얻은 순서입니다.

  1. 코드 한 줄에 대응할 만큼 쪼갭니다. 알고리즘을 짤 때 단계를 코드 한 줄과 1:1로 맞을 때까지 나누던 습관을 문제 정의에도 씁니다. "살을 뺀다"는 한 줄이 되지 않지만, "기록이 사흘 만에 끊긴다"는 한 줄이 됩니다.

  2. 도구가 책임질 칸만 고릅니다. 화살표 하나로 닿는 문제만 도구의 약속으로 삼고, 나머지는 사람의 몫이라고 분명히 적습니다.

  3. 실패를 알아챌 장치를 함께 만듭니다. 마케팅으로 매출이 999% 뛰었을 때, 약한 온보딩과 흐름 중간의 버그, 원인 모를 크래시가 한꺼번에 드러났고 사용자는 떠났습니다. 트래픽이 문제를 만든 것이 아니라 보이게 한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기능을 만들 때 그 기능이 실패하는 걸 알아챌 방법(단계별 이탈률, 크래시 리포트, 세션 길이)도 같이 만들고, 예산은 10% 정도만 먼저 써서 새는 곳을 막은 뒤 나머지를 씁니다.

  4. 가설이 무의미해지면 문제를 다시 정의합니다. 앱에 귀여움을 넣는 챌린지를 하다가, 귀여움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법을 익히고 나서 제 앱에는 필요 없다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앱을 쓰면서 지치지 않게 만들기"로 바꿨고, 사용자의 목표와 기능이 맞물리면서 실제 사용이 나아졌습니다.

이 순서의 핵심은 처음 정의한 문제를 끝까지 붙들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문제를 푸는 사람이기 이전에, 문제를 계속 다시 자르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제목의 기준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한 문장을 덧붙여야 합니다. 도구가 사라지게 할 수 있는 크기로 문제를 정의해야 합니다.

도구를 만들고도 문제가 남아 있다면 저는 두 가지를 의심합니다. 도구가 덜 만들어졌거나, 문제를 너무 크게 잡았거나. 식단관리 앱은 후자였고, 클립키보드는 문제를 작게 잡았기에 사라지게 했지만 그 자리에 새 문제를 남겼습니다.

그래서 다음 도구를 만들기 전에 먼저 묻습니다. "이 도구가 완성되면 정확히 무엇이 사라지는가?" 대답이 한 문장으로 나오지 않으면, 아직 더 쪼개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20
리
리이오문제를 해결하는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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