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스토어에 없던 기능 하나를 새로 만들던 과정을 기억을 더듬어 정리해 본다. 아직 아무도 설치하지 않은 앱을 설치 수로 줄 세우는 랭킹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 포켓몬고가 남긴 숙제에서 시작된 사전 등록 이야기다. 나라와 언어에 직접 영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 기능 자체가 특정 나라의 고객을 대상으로 했으니 넓은 의미의 현지화에 닿아 있다 하겠다.
가끔 있는 강연에서 사용자를 단시간에 끌어모은 사례를 이야기할 때, 요즘은 ChatGPT를 기준으로 전체적인 수치를 꺼내곤 한다. 보도 자료들 기준으로 100만까지 닷새, 1억까지 두 달. 여기서 던지는 질문. 역사상 이보다 빠른 초기 효과를 낸 서비스가 또 있었을까?
교과서적인 서비스의 성장 곡선에 관련된 것이기도 해서 사람들이 떠올리는 오답들은 대개 Netflix, Twitter, Snap 등. 런치하고 나서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올라오는, 소위 viral이라는 형태의 곡선이다. 여러 오답 끝에 먼저 나오는 답은 Threads다. 5일 만에 1억이었다지만 Instagram 사용자들을 강제 전환해서 이어받은 것에 가까워 살짝 반칙이고, 내가 기대한, 여기서의 정답은 2016년의 포켓몬고다. 보도된 것으로 1달 만에 1억 사용자가 모였다고 했다. 한국은 지도 이슈로 조금 더디게 왔다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충격적인 데뷔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이런 숫자들은 원래 좀 요란하다. MAU는 마케팅의 단골 소재라 돈 안 되는 사용자가 몰려드는 것 자체가 과하게 자랑이던 시절도 있었고, 한 달에 한 번 들어오는 1만명의 사용자들과 매일 들어오는 1000명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기도 하다. 뻥튀기와 속고 속이기가 만연한 동네이고, 여기에 %까지 섞이면 더 복잡한데, 숫자는 속여도 시스템은 속지 않는다. 사용자가 몰리면 버티지 못하고, 로그인 대기열이 생기고, 드물게는 다운로드 서버가 주저앉기도 한다. 그 드문 일이 하필 서비스를 막 시작할 때, 그것도 예상 밖의 규모로 일어난다면 —
2016년 여름의 포켓몬고 사태(?)가 바로 그랬다. 한국을 제외한 세계 각지에 잇달아 풀렸고, 운영도 운영이지만 무엇보다 그 폭주에 아직 세상에 널리 쓰이기 전의 GCP에서 동작하던 다운로드 서버들이 죽어 버렸다. 플레이스토어 역사 이래 유일한 다운로드 장애... 전 세계적으로 이전에 본 적 없던 수요가 만들어낸 이벤트였다. 포켓몬고 개발사인 나이앤틱이 친한 준 계열사였기에 망정이지... 오싹한 순간이다.
viral로 크는 서비스야 올라오는 곡선을 따라가며 서버를 늘리면 되지만, 블록버스터 게임은 서서히 올라오기는커녕 첫날이 곧 피크다. 대형 게임이라면 수요를 미리 알 수 있어야 서버든 운영이든 capacity를 준비할 여지가 생기는데,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마침 고객인 셈이다. 사전 등록 기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사전 등록 캠페인을 돌릴 때 함께 쓸 앱 상세 페이지가 필요하다는 것. 설치 버튼 대신 등록 버튼을 놓고 나머지는 똑같이 생기고 나중에 알림을 보내 주는 기능이다. 사전 등록은 고객인 게임사의 요구에 따라 같이 진행하는 캠페인, 파트너를 위한 기능으로 시작됐다. 출시 전이라는 상태를 새로 만들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앱의 상세 페이지를 마련하고, 페이지 안을 채우는 일은 하던 대로 개발사가 하도록 했다. 유독 한국과 일본의 파트너들이 원하던 기능 — 이런 것도 소소하게 현지화 팀의 몫이 되곤 했다.
이것도 런치일까 하고 방심하던 차에 런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특히 고객사 쪽에서 버그가 신고되었다. 사전 등록 캠페인 중인 앱들의 노출이 자꾸 줄어든다는 것이었고, 원인을 따라가 보니 많이 심각했는데 — 등록만 있고 설치가 일어나지 않으니, 설치 수를 의미 있게 보는 여러 랭킹 공식들이 이 앱들에 계속 penalty를 주고 있었다. 개봉 예정, coming soon이라는 것은 꽤 짜릿한 경험이고, 특히 기다리는 사용자에게는 설렘이다. 상대는 중요한 개발사들이고 캠페인 일정은 급박했는데 그 뒤에서 페이지를 받치는 쪽에 그 날짜는 정말로 '데드라인'으로 다가왔고, 고객들의 역사적인 개봉을 우리가 흐리고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 민폐란 이런 것인가 싶어 등골이 서늘했던 기억이다.
추가 구현이 이어졌다. 사전 등록을 가상의 설치로 반영하는 시그널을 새로 만들고, 검색과 추천에서 받던 penalty가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 정식 출시로 전환될 때 등록과 설치가 이중으로 세어지지 않게 중복 제거 로직을 넣고, spam fighting도 이 새 시그널에 맞춰 업데이트했다. 그리고 다시 런치하면서 이번에는 사후 보고서 — postmortem과 maintenance plan — 까지. 그렇게 우리는 당대 최고의 게임인 리니지2 레볼루션을 무사히 맞이할 수 있었다.
개선도 한계도 분명했다. 사전 등록 중인 앱들이 화면에서 사라지지 않게 됐고 검색은 정상으로 돌았지만, 사전 등록 이벤트를 하는 앱의 수 자체가 많지 않았고, 이 가상의 설치가 인기 차트에까지 스며들지 않게 막는 노력도 따로 필요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앱들만 또 특별 대우를 해 줄 수 없는 게 플랫폼의 운명이기도 했으니, 기능 하나를 새로 놓는 일이 랭킹이라는 생태계 전체와 얽힌다는 걸, 이 과제만큼 잘 보여 준 경우도 드물었다.
본사의 기능을 현지에 알리는 게 아니라, 특정 나라에서 태어난 기능을 글로벌로 밀다 보니 거꾸로 우리가 미국과 유럽의 개발사들을 reach out하러 다니는, 그래서 scale하기 어려운 어색함이 있었고, 이후 개발사들의 디테일한, 하지만 게임 타이틀마다 다른 요구를 어디까지 맞춰 주어야 하는지도 꽤 기약 없이 이어졌다. 당시 기준으로 플레이스토어도 10년이 되어 가던 때였지만, 게임 업계는 그때 이미 10년 이상 운영의 묘를 발휘하고 있던 노련한 고객들이었는데, 그 후로도 10년이 더 지난 지금도 큰 차이 없이 진행되고 있는 걸 보면, 그때의 노력이 최선이었겠다 싶기도 하다. 요즘도 대작 게임의 사전 등록 페이지를 열어 보면 종종 생각나곤 한다.
이 글은 '나라와 언어 사이'라는 연작의 한 편입니다. 원문과 나머지 편은 브런치에 있습니다 → https://brunch.co.kr/@chaesang/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