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 Code와 Codex 같은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떠올린 아이디어를 빠르게 앱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나도 무언가 만들어보고 싶어 이것저것 시도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남들이 이미 만든 기능을 비슷하게 구현하거나,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기능을 덧붙이는 일이 많았다. AI가 없었다면 굳이 시작하지 않았을 것들을 만드는 데 업무 밖의 시간을 쏟고 있었다.
원래 나는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다. 만들고 싶은 것이 생기면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일에도 푹 빠졌고, 그렇게 개발자가 됐다. 외주와 취업, 이직을 거치며 지금까지 개발을 이어왔지만, 어느새 내가 원하는 기능을 고민하기보다 이미 정해진 기획을 구현하는 데 익숙해졌다.
AI를 활용하는 기술도 많이 배웠다. 새로운 도구를 익히고, 더 빠르게 만드는 방법을 공부했다. 하지만 배운 기술을 제대로 써볼 곳은 찾지 못했다.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무엇을 위해 AI를 써야 하는지 답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만드는 방법은 계속 늘어났는데, 정작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실제로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려봤다.
아내는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지만, 나는 살면서 그림을 잘 그려본 적이 없다. 그래도 데이트 중 카페에서 가끔 Procreate를 열어 서로의 모습을 그려주거나, 같은 주제로 그림을 그릴 때면 즐거웠다. 같은 것을 그려도 한 사람은 제법 그럴듯하게, 다른 한 사람은 엉뚱하게 그렸다.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서로의 그림을 보며 웃는 시간이 좋았다.
그렇다면 한 그림을 여러 사람이 나눠 그리면 어떨까? 누가 어느 부분을 그렸는지에 따라 예상치 못한 그림이 완성될 테고, 함께 웃을 일도 더 많아질 것 같았다. 그렇게 한 화면에서 여러 사람이 하나의 그림을 함께 그리는 앱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이디어에 이름을 붙였다. With는 함께, Draw는 그리다. 여러 사람이 함께 그림을 그린다는 뜻을 담아 WithDraw라고 지었다. ‘출금’이나 ‘철회’를 뜻하는 withdraw와 철자가 같아 헷갈릴 수도 있지만, D를 대문자로 써서 ‘그리다’라는 의미를 드러냈다.
그렇게 한 화면을 참여 인원에 따라 나누고, 모두가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두 명이 그릴 수도 있고, 세 명, 네 명, 많게는 여덟 명까지 함께 그릴 수 있다.
WithDraw가 좋은 아이디어인지 처음부터 확신했던 건 아니다. 다만 아내와 그림을 그리며 웃었던 시간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눠보고 싶었다. 이번에는 AI로 만들 수 있으니까 시작한 것이 아니라, 직접 써보고 싶은 것이 생겨서 AI의 도움을 받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막연히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답답함에서 벗어나, 내가 즐거웠던 경험을 하나의 앱으로 옮기게 됐다. 앞으로 이 앱을 만들면서 어떤 고민을 했고, 실제로 함께 그려보니 무엇이 달랐는지 기록해보려 한다.